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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타와 스프링 페스티벌, 김밥 100줄에 담은 사랑과 나눔

by wellingtonnurse 2025. 10. 24.

웰링턴 북쪽 타와에서 열린 Spring into Tawa 축제. 올해 저는 구경꾼이 아니라 참여자였습니다. 교회 펀드레이징으로 김밥 100줄을 준비해 판매했거든요. 예상만큼 많이 팔리진 않았지만, 결론은 분명합니다. 돈보다 값진 건, 함께한 시간이었어요. 김밥에 정성을 말아 올리며 웃고, 수고하고, 서로를 돌보던 그 순간들. 그날의 봄바람처럼 따뜻했던 이야기를 남깁니다.

 

 

타와 스프링 페스티발 거리 사진

 

 

 

 

 

🌸 봄을 여는 타와 스프링 페스티벌

웰링턴 북쪽의 교외 마을 타와(Tawa)에서는 매년 10월 Spring into Tawa라는 지역 축제가 열립니다. 거리에는 수공예 부스와 먹거리가득해요. 저는 올해 교회와 함께 김밥 판매로 참여했습니다. 해가 뜨기 전부터 부엌은 분주했습니다. 밥을 넓게 펼치고, 단무지와 당근, 시금치, 계란지단을 가지런히 올려 돌돌 말아 올렸습니다. “오늘은 백 줄!” 서로 으싸으싸를 외치며, 기도로 김밥을 준비했습니다.

🍙 아침부터 김밥 100줄, 손맛과 팀워크

김 위에 밥을 얇게 펴고 속을 올린 뒤 말아 자르는 일을 몇 시간이고 반복했습니다. 서로서로 말없이 묵묵히 각자 맡은일을 하고. 자연스레 팀워크가 만들어졌고, 서로의일에 말이 필요없이 서로 알아서 척척 만들었습니다. 저혼자서 100줄을 싸려 했는데 혹여 이웃집 한국 언니들에게 부탁하니 선뜻 도움을 주려 새벽 6시, 7시에 오셔서 도와주셨어요. 저는 이런 웰링턴을 좋아합니다. 서로서로 먼곳에서 내일 인것처럼 도움을 선뜻 주시는 이웃. 너무 감사했습니다. 생각보다 빠르게 팔리진 않았습니다. “이거 스시예요?”라고 묻는 분도 있었고, 처음 보는 음식이라 망설이는 분도 있었거든요. 그렇지만 실망보다 보람이 컸습니다. 정성은 언젠가 닿는다는 믿음이 생겼으니까요.

김밥 속을 올리고 말아 올리는 준비 모습

🤝 돈보다 값진 것: 함께한 시간

결국 많은 김밥은 교회 식구들과 지인들이 사 갔습니다. 숫자만 보면 ‘성공적’이라고 말하긴 어려울지 몰라도, 이번 펀드레이징의 핵심은 결과보다 과정에 있었습니다. 재료를 다듬고 불 앞에 서고, 포장하며 나눈 이야기들—아이 이야기, 일 이야기, 건강 이야기—서로의 일상을 보듬는 시간이었습니다. 특히 선한 일에 기꺼이 손 보태 준 한국인 지인 두 분이 큰 힘이 되었어요. 덕분에 준비가 놀랄 만큼 수월했습니다. ‘함께하면 힘이 된다’는 말을, 우리는 그날 손끝으로 배웠습니다.

💖 한국 문화가 건네는 따뜻함

요즘 뉴질랜드에서도 K-pop, K-drama, 그리고 요즘 더 익숙해진 한국 애니메이션 영향 덕분에 한국 음식이 많이 친숙해졌습니다. 그럼에도 김밥은 처음인 분들이 꽤 있었어요. “맵나요?”, “안에 뭐가 들어 있어요?” 물으실 때마다 차분히 설명을 드렸습니다. 그 과정에서 깨달았어요. 음식은 문화의 다리라는 걸요. 김밥 한 줄에 담긴 정성과 온기가 낯섦을 조금씩 녹였습니다. 작은 판매는 소통이 되고, 소통은 이웃됨으로 이어졌습니다.

시식 컵과 김밥 안내 보드가 놓인 부스

📝 다음 펀드레이징을 위한 메모

  • 시식 제공: 한입 시식 컵을 준비하면 주저하는 분들의 구매 전환율이 오릅니다.
  • 한눈에 비교 카드: ‘김밥 vs 스시’ 차이를 A5 카드로 설명(재료, 소스, 맛 포인트).
  • 라벨 컬러 코드: 비건/치킨/참치/클래식 등 색상으로 구분해 대기 시간 단축.
  • 결제 안내 크게: 페이웨이브/현금 가능 여부를 눈에 띄게 표기.
  • 역할 분담표: 전처리/롤링/포장/계산팀으로 나눠 시작 전 공유.
  • 가격·원가 메모: 재료 단가 기록 후 재구매 리스트 업데이트.

🌼 마무리: 공동체의 봄은 이렇게 온다

집으로 돌아오니 옷에는 아직 김밥 냄새가 남아 있었지만 마음은 봄처럼 가벼웠습니다. 팀워크, 배려, 기도, 웃음—그 모든 것이 어깨를 맞댄 시간 속에 켜켜이 쌓였거든요. 이번 Spring into Tawa에서 저는 다시 배웠습니다. 선한 일은 함께할 때 축제가 된다는 걸요. 작은 정성도 사랑으로 나누면, 그 자체가 축제가 됩니다. 저에게 그날은 분명, 공동체의 봄이었습니다. 감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