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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우와 강풍으로 멈춘 웰링턴, COVID 시절처럼 고요했던 하루와 시작된 5일 연휴

by wellingtonnurse 2025. 10. 24.

 

 

 

 

어제 웰링턴은 마치 계절이 거꾸로 돌아간 듯, 폭우와 강풍이 도시를 뒤덮었습니다. 새벽부터 몰아친 세찬 비와 돌풍은 창문을 두드리고 나뭇가지를 흔들었으며, 바람의 속도는 순간적으로 시속 120km 이상을 기록했다고 합니다. 뉴질랜드 기상청(MetService)은 “적색 경보(red warning)”를 발령했고, 웰링턴 전역에서는 학교와 도서관, 일부 회사들이 문을 닫는 초유의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도시 전체가 마치 멈춘 듯한 하루. 거리엔 사람도 차도 거의 보이지 않았습니다. 평소라면 아이들이 웃으며 학교로 향하고, 출근길 버스 정류장이 붐볐을 시간인데, 어제는 그 모든 풍경이 사라졌습니다. 마치 코로나19 시절의 락다운을 다시 보는 듯, 적막이 웰링턴을 감싸고 있었습니다.

한산했던 거리, 멈춰 선 일상

아침 7시가 지나도 도로 위에는 차 한 대 보이질 않았습니다. 기차 운행은 완전히 중단되었고, 버스도 일부 노선만 간신히 운행되었습니다. 도로 위를 가득 메운 것은 차량 대신 빗물과 바람의 흔적이었습니다. 거리에 나간 사람들은 거의 없었고, 우산을 써도 소용없을 정도로 강한 바람이 불어 체감상 더 추운 하루였습니다.

학교는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 대학교까지 모두 휴교 조치를 내렸습니다. 도서관도 문을 닫았고, 많은 직장인들이 재택근무로 전환했습니다. 회사와 상점들은 대부분 문을 닫았으며, 커피숍과 마트조차 일찍 영업을 종료하는 곳이 많았습니다.

이렇게 도시 전체가 잠시 멈춘 하루는 사람들에게 묘한 감정을 남겼습니다. 조용하지만 어딘가 불안한 공기, 그러나 동시에 가족이 함께 머무는 따뜻한 안도감이 공존했죠.

간호사로 출근한 하루, 집 안과 밖의 온도 차이

저는 간호사이기 때문에 이런 날씨에도 출근을 해야 했습니다. 남편은 집에서 재택근무를 하며 아이들을 돌봐주었고, 저는 폭우 속을 뚫고 병원으로 향했습니다. 우산은 몇 번이고 뒤집혔고, 도로는 물이 차올라 발끝이 젖었습니다. 그럼에도 병원 문은 열려 있었고, 저처럼 의료진들은 평소보다 더 분주하게 움직였습니다.

비바람이 몰아치는 날에도 병원을 찾아오는 사람들은 있습니다. 감기, 부상, 응급 상황 등 우리의 일상은 멈출 수 없지요. 하지만 어제의 병원은 평소보다 훨씬 조용했습니다.

집 문을 여는 순간 들려오는 아이들의 웃음소리, 남편이 끓여둔 따뜻한 수프 냄새가 하루의 긴장을 녹였습니다. 세찬 바람과 고요한 집 안의 온도 차이만큼, 세상은 여전히 대조적인 풍경 속에서 돌아가고 있었죠.

Teacher’s Day와 Labour Day로 이어지는 5일 연휴

오늘은 목요일, 내일 금요일은 뉴질랜드 학교의 Teacher’s Day, 그리고 돌아오는 월요일은 Labour Day입니다. 덕분에 웰링턴 시민들은 무려 5일간의 긴 연휴를 맞이했습니다.

이번 연휴는 단순한 휴식 이상의 의미를 갖습니다. 어제 폭풍우로 잠시 멈췄던 도시의 리듬을 다시 되찾는 시간이 될 것입니다. 아이들과 집에서 조용히 보내는 하루, 따뜻한 차 한 잔과 책 한 권, 가족이 함께하는 식사만으로도 마음이 회복될 수 있겠죠.

기상청은 토요일부터는 날씨가 점차 맑아지고, 월요일쯤에는 가벼운 구름만 낀 온화한 봄날씨가 찾아올 것이라고 예보했습니다. 이번 연휴 동안 웰링턴 시민들이 기다리던 햇살을 만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폭우 후 점검해야 할 것들

  • 배수구나 지붕에 낙엽이 쌓이지 않았는지 확인하기
  • 정원이나 울타리의 손상된 부분 정리하기
  • 젖은 신발과 옷은 바로 세탁해 곰팡이 예방하기
  • 전기 콘센트 주변 습기 확인하기

작은 점검이 큰 사고를 막을 수 있습니다. 특히 바람이 잦아든 뒤에도 약한 비가 이어질 수 있으니, 외출 시에는 방수 재킷을 꼭 챙기세요.

멈춤 이후의 여유

어제는 자연이 우리에게 잠시 쉬어가라고 말한 하루였습니다. 비록 일상은 멈췄지만,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서로를 돌아볼 수 있었던 소중한 날이었습니다. 간호사로서 일하느라 지친 몸이지만, 아이들과 함께 웃고 식탁에 둘러앉아 식사하는 순간만큼은 세상 그 어떤 휴식보다 따뜻했습니다.

이제 5일간의 연휴가 시작됩니다. 바쁜 일상 속에서 잠시 숨을 고르고, 자연의 리듬을 따라 느리게 쉬는 시간. 어제의 폭풍이 남긴 고요함처럼, 이번 연휴가 우리 모두에게 잔잔한 회복의 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