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질랜드 병원 진료, 왜 이렇게 오래 기다릴까?

“응급실에 갔는데 5시간 넘게 기다렸어요.” “MRI 예약이 4개월 뒤래요.” 저는 간호사로 일하며 이런 이야기를 정말 자주 듣습니다. 뉴질랜드 공공의료는 모든 국민이 치료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그만큼 대기 시간이 길다는 현실적 한계도 있습니다.

무릎 통증 사례: 한 어르신의 이야기

얼마 전 무릎 통증으로 오신 어르신이 계셨습니다. GP(주치의)가 병원으로 의뢰서를 보냈지만, 병원에서 돌아온 답은 “대기 기간이 약 6개월 이상입니다.” 였습니다. 이런 상황은 특별한 사례가 아니라 현재 뉴질랜드 의료시스템에서 흔히 벌어집니다.

😔 기다림의 불편함, 그리고 그 안의 이유

환자분들의 답답함을 저는 누구보다 잘 이해합니다. “통증이 심한데 몇 달을 더 기다려야 한다니…” “검사 결과를 봐야 치료를 결정할 수 있는데 왜 이렇게 느릴까…” 코로나 이후 의료 인력이 빠져나가고 환자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었습니다. 전문의, 간호사, 방사선 기사 등 많은 직종이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죠. 공공의료는 한정된 인력으로 “응급 우선순위”를 지키다 보니 상대적으로 급하지 않은 환자는 자연스레 뒤로 밀립니다.

결국 ‘공정함’과 ‘속도’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구조가 되어버린 셈이에요.

💡 현직 간호사가 전하는 현실적인 대기 시간 단축 팁

그렇다고 무기력하게 기다리기만 해야 할까요? 아닙니다. 현장에서 일하며 제가 직접 본 대기 시간 단축 요령을 소개합니다.

  • 1️⃣ GP에게 적극적으로 소통하기
    단순히 “아파요”보다 “통증 때문에 걷기 어렵다, 일상에 지장이 크다”처럼 구체적으로 설명하세요. GP가 urgent case(긴급 케이스)로 의뢰하면 병원 순서를 올려줄 가능성이 있습니다.
  • 2️⃣ Community Prescriber Nurse 활용하기
    저처럼 지역에서 근무하는 일부 간호사는 항생제나 간단한 치료약을 처방할 수 있습니다. 결막염, 귀 염증, 인후통, 가벼운 피부 감염 등은 병원까지 가지 않아도 치료받을 수 있어요. 이 서비스는 병원 대기를 줄이고 불필요한 응급실 방문을 예방합니다.
  • 3️⃣ 사립 병원 병행하기
    사립에서 초음파나 MRI를 먼저 진행한 후 그 결과를 공공병원에 제시해 진료를 받는 분들도 있습니다. 비용이 들지만, 건강을 지키는 시간을 단축할 수 있습니다.
  • 4️⃣ ACC(사고보상공단) 지원 확인하기
    부상이나 사고로 인한 증상이라면 ACC 코드가 적용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사립 진료비의 일부를 보조받아 경제적 부담을 줄이며 빠른 진료를 받을 수 있습니다.
💡 실전 팁: 증상 변화(통증 정도, 일상 영향, 새로 생긴 증상 등)를 메모해 두세요. GP에게 그 기록을 알려주면 긴급성 판단에 도움이 됩니다.

💬 간호사로서 전하고 싶은 말

뉴질랜드 의료 시스템은 느리지만, 그 안에는 공공의 가치가 있습니다. 돈이 없다고 치료를 못 받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그러나 현실 속에서 그 ‘공정함’은 시간의 불편함으로 나타납니다.

그래서 저는 환자분들께 늘 말씀드립니다.

기다림 속에서도 내가 할 수 있는 걸 하자.

증상의 변화를 기록하고 GP나 간호사에게 꾸준히 알리세요. 그 한 통의 전화, 그 한 번의 대화가 때로는 몇 주의 시간을 앞당겨줄 수 있습니다.

🌿 기다림 속에서도 희망은 있습니다

뉴질랜드의 의료 시스템은 완벽하지 않지만, 그 안에서 내 건강을 지키는 주체는 결국 나 자신입니다.

  • GP에게 증상 변화 알리기
  • community clinic 적극 활용하기
  • 사립 검사 결과 병원에 공유하기

이 세 가지만 실천해도 대기 시간은 훨씬 더 짧아질 수 있습니다.

💙 Grace의 한마디

저는 웰링턴에서 Community Prescriber Nurse로 일하며 매일 환자분들을 만납니다. 어떤 분은 8개월을 기다렸고, 어떤 분은 끈기 있게 연락하며 한 달 만에 진료를 받기도 했습니다. 그 차이는 ‘운’이 아니라 ‘대응’이었습니다.

뉴질랜드의 느린 시스템 안에서도 내 건강을 지키는 가장 큰 힘은 ‘포기하지 않는 태도’라는 걸 잊지 마세요. 오늘도 여러분의 건강을 위해 기도합니다. 

저자: Hye (Community Prescriber Nurse, Wellington)